[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11월호]

 
전문가 인터뷰 :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 지원센터 김우현 센터장

 

 
서울시에서는 아시아 최초 SIB 사업으로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시설 아동교육 사회성과보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목표는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및 경계선지능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일부 경증지적장애 지능 아동들에게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여 인지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번 소셜임팩트본드(SIB) 매거진에서는 서울시 SIB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 지원센터 김우현 센터장을 인터뷰하였다.
 


먼저 센터장님과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 지원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 지원센터는 2011년 9월에 제정된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 발전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2012년 12월 (사)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 받아 설립되었다.

‘아동공동생활가정(아동 그룹홈)의 건강한 성장 지원’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사업영역을 3가지로 두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룹홈 공공성 강화’는 사회복지시설로서 공공성을 갖추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지원’은 그룹홈에서 자라는 아동·청소년의 발달과 적응 과정에서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다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종사자 역량 강화’는 그룹홈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종사자의 소진을 예방하고 양질의 보호·양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외에 아동의 자립지원, 그룹홈의 서비스 표준화 등을 고민 중이다.

 
서울시 SIB 사업 지원대상은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경계선지능 아동’ 입니다. 지원대상 아동 중 많은 아이들이 그룹홈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룹홈이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에는 320여명의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65개의 특별한 집이 있다. 아동공동생활가정 또는 아동 그룹홈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가정폭력과 학대로 인해 강제적인 분리를 취해야 하는 아동, 부모의 이혼 및 재혼으로 원가족이 양육을 거부한 아동, 원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 부모의 사망 또는 복역의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있는데, 그룹홈 한 개소당 아동 5~7명이 종사자 2~3인과 함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룹홈은 소규모로 운영되어 아동들을 24시간 보호하고 의식주를 함께하는 시설이다. 그룹홈의 가장 큰 특징은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아동들을 보호·양육한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 내에서 아동의 낙인감을 방지하기 위해 현판을 부착하지 않고 일정 거리 이내에 그룹홈을 중복해서 설립할 수 없게 하는 등, 보호아동이 차별이나 편견의 시선으로부터 조금 더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회적 대안가정으로서의 보호시설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 SIB 사업을 통해 아이들과 아동복지시설에 어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지 말씀해 주시기를 바란다.

경계선지능 아동들에게 약3년간 지원되는 SIB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이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커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 또한 이 아이들을 통해 아동 그룹홈과 종사자 선생님들이 경계선지능 아동도 적절한 교육과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훌륭히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서울시 1호 SIB 사업을 통해 경계선지능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증대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100여명만을 지원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아동과 시설에 지원이 이루어 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SIB 사업을 지켜보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기를 바란다.

기존의 그룹홈 아이들도 몇몇 후원기관 등을 통해 교육사업, 치료지원사업 등을 지원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일시적인 후원이었기 때문에 단편적이기 쉬워 장기간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눈에 보이는 양적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 정서치료사업의 경우 1년 이상의 장기적인 후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3년간 지속적으로 정서·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은 아동 그룹홈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실제로 그룹홈의 아이들이 SIB 사업의 교육을 담당하는 대교문화재단의 멘토 선생님들과 3년 가까이 꾸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나만의 선생님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안정감을 얻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선생님을 문 앞까지 뛰어나와 반기고, 30분도 앉아 있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50분의 수업을 소화한다는 말씀을 그룹홈 선생님들께 듣는 일은 너무나도 큰 기쁨이었다.

이러한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 외에도 주기적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육대회, 타악기 콘서트 등을 통해 아이들이 모여 에너지를 발산하고 소통하는 기회도 꾸준히 있었다. 작년에 있었던 ‘우리만의 타악기 콘서트’에서 경계선지능 아동들이 2시간 동안 집중하여 타악기를 배우고, 합주를 하며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매우 감동을 받았다.

 

 
해외의 SIB 사업의 경우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1호 SIB 사업을 지켜보면서 아동과 관련한 SIB 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있는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SIB 사업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출산율 감소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이며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굳이 설명 드리지 않더라도 모두가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아동·가족 복지 공공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아동 그룹홈에 대한 지원은 차마 비율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룹홈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동들 중에는 불안한 정서와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지능지수(IQ) 71~84에 해당하는 경계선지능 및 그 아래에 포함되는 경증지적장애 아동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높다. 그러나 다른 양육시설에 비해 적은 종사자 인력과 예산으로 인하여 이와 같은 아동들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경계선지능의 경우 지적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장애아에 대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도 없어 그동안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경계선지능 아동들은 경계선(borderline)이라는 표현처럼 이후 어떻게 양육되느냐에 따라 그 미래가 결정되는 아이들이다. 당장은 인지적 학습이 어렵고 사회성이 낮아 자립능력이 부족하지만 적절한 노력이 투여되면 이후 얼마든지 일반인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자립지원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아이들이 지금처럼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될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수급자 편입 비율이 일반 아동의 15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경계선지능 아동들이 방치되었을 때 지적장애인이 되는 경향이 높아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이들이 살아가는 일생에 걸쳐 막대한 사회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SIB 사업을 통해 아동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사후 더 많은 사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 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관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정부의 예산부족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서울시 SIB 사업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임에도 공공의 예산부족으로 그동안 지원이 어려웠던 아동복지분야에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동 그룹홈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위해 향후 어떤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아무래도 가장 시급한 것은 아동 그룹홈이 다른 양육시설에 비해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아동 그룹홈은 가정 형태의 보호라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역할을 해 줄 종사자는 불안정한 고용상황과 최저생계비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의 인건비 때문에 이직이 잦아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또한 보호아동 40명당 1명씩 배치하도록 되어있는 자립전담요원도 아동 그룹홈에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고 있다. 양육시설과 그룹홈은 형태만 다를 뿐 요보호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한다는 점은 같은데 그룹홈의 시설 규모가 작다고 해서 정부지원이 상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동의 권익에 우선한 정부의 고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란다.

아동 그룹홈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이들은 각각의 아픈 사연들을 안고 있지만, 아이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아이 할 것 없이 천진함과 순수함, 희망이 깃들어 있다. 처음 입소할 때 몸과 마음이 많이 다쳐서 왔던 아이들도 아이를 진심으로 내 아이처럼 사랑하는 양육자를 만나고, 형제 같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아이들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아이들을 미래의 희망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현재가 없이는 미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지만, 아동 그룹홈에서 보호받는 아이들을 비롯하여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때 우리 사회가 희망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작성 : 이영옥, 현동길
팬임팩트코리아 /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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