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12월호]

 
SIB의 시작

SIB는 세상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처음 이와 유사한 아이디어가 나온 시기는 놀랍게도 1988년도이다. 당시 뉴질랜드의 한 경제학자가 민간의 투자로 재원을 조달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정책채권(social policy bond)’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0년대 이후 지속가능성과 임팩트투자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사회성과의 객관적인 측정 및 보상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덧붙여지며 2010년 영국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으로 실현되었다.

SIB는 처음 등장 이후 잠시 동안 효과성에 대한 기대와 의심의 목소리를 듣다가 어느 시점부터인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기 시작하였다. SIB의 장점을 이해하기 시작한 국가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논란들을 극복하고 정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실험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SIB가 내포한 패러다임의 변화

SIB의 작동구조를 보면 다양한 혁신의 요구를 반영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왜 SIB가 사회문제 해결의 효과적인 매개체로 확산되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기존에 정부가 민간과 협력을 하려면 정부와 사업수행기관의 직접적인 2자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민간에 위탁을 주거나, 용역을 맡기거나,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양자관계를 형성하고, 관리·감독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SIB는 기존 2자 간 형성된 관치의 구조를 깨고 중간에 운영기관, 투자자, 평가기관이 들어옴으로써 민관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이 주체들로 인해 SIB는 완결된 구조 속에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임팩트투자, 성과측정, 민관협치이다.

즉, 임팩트투자를 실행하는 투자자가 들어옴으로써 정부는 위험 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성과를 측정하는 독립적인 평가기관이 들어옴으로써 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설계하고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운영기관이 존재함으로써 공정하고 효과적인 민관협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SIB가 파생하는 혁신들

SIB 구조 내에 다양하고 중요한 시대적 변화가 반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이제 우리는 SIB 모델 자체가 다른 분야에도 파생되는 새로운 변화도 목격할 수 있다.

먼저 SIB를 국제개발협력 또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적용한 ‘개발성과연계채권(development impact bond; DIB)’은 해외 국가들에 의해 이미 다양한 사례가 추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을 개발도상국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때에도 보다 엄격한 타당성 검토를 통해 예산 사용의 효과성을 높이고, 객관적으로 성과를 확인하는 방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SIB의 외연을 확장하여 일반적인 정부 예산집행의 방식도 개선할 수 있다. SIB는 엄격한 구조와 원칙을 지닌 방법이지만 이 중에서 성과측정과 성과보상의 아이디어만 차용한다면 일반적인 보조금 사업을 개선할 수도 있게 된다. 우수한 성과를 낸 민간기관에 정부가 보조금 외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성과목표를 공시한 뒤 이를 달성한 민간기관에 사후적으로 보상해주는 방식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SIB 자체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임팩트투자 방식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2018년 팬임팩트코리아는 블록체인 기술을 SIB에 적용하여 세계 최초로 ‘스마트 SIB’를 배포하였으며, 이를 통해 거래가 불가능하고, 성과보상금 산출이 복잡한 기존 SIB의 단점을 해결하였다. 이와 같이 스마트 SIB에 적용된 기술을 다른 임팩트투자 매개에 적용하면 임팩트투자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단초가 된다.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 수단에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SIB의 미래

SIB는 그 복잡성의 단점을 초월하는 장점들이 있기에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물론 형태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SIB 사업 하나를 실현할 때 이것이 품고 있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으며, SIB의 원칙을 다른 수단에 적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파생해낼 수도 있다. 정밀한 구조를 갖춘 원래의 SIB든, 이것이 내포하거나 파생한 모델이든 SIB를 통해 실험하고 축적한 지식과 경험은 그 형태가 변화하더라도 세상에 남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토양으로 삼아 첫 SIB가 세상에 나온 것처럼, SIB가 토양이 되어 또 다른 아이디어들을 싹 틔우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열매를 맺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SIB의 미래가 될 것이다.


작성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 지난 강의 보기 ]

2018년 11월호 : SIB의 원칙과 이에 따른 참여구조
2018년 10월호 : SIB의 성공과 실패
2018년 9월호 : 이해관계자 간의 계약
2018년 8월호 : 성과측정의 방법
2018년 7월호 : 운영기관이 필요한 이유
2018년 6월호 : 민자사업과 사회성과보상사업
2018년 5월호 : SIB 사업을 통한 정부의 예산절감 원리
2018년 4월호 : SIB 투자손실과 원금의 보장
2018년 3월호 : 사회성과보상사업 추진가능 조건들
2018년 2월호 :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참여자들
2018년 1월호 :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기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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