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7월호]

 
SIB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에서는 정부(성과보상자), 운영기관, 투자자, 수행기관, 평가기관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누군가는 운영기관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운영기관이 없다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훨씬 더 단순화되고, 사업비 중 운영비라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바람직한 SIB 사업의 설계와 추진을 위해 운영기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사업수행 관리와 재무적 책임의 최소화

SIB 사업의 진행을 위해 누군가는 사업비의 대부분을 집행하는 수행기관을 관리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운영기관이 없다면 정부가 수행기관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정부는 사업수행 결과에 대한 책임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민간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보장하고 성과를 구매하는 정부 입장에서, 수행과정에 개입까지 하면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민간 투자자에게 전가시킨다면 민관협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사업 실패 시 투자자와의 분쟁 가능성마저 생기게 된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사업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운영기관이 존재함으로써 정부는 수행기관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사업에 대한 재무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2. 투자자 모집

운영기관이 없다면 정부나 수행기관이 직접 민간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

먼저 정부의 민간투자자 모집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한 방법을 찾더라도 사실상 준조세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의 지속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혀 고려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행기관이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수행기관은 현장 중심의 단체들로서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의 형태를 띄고 있다. 공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을 선정한 뒤 자기가 사용할 투자금을 모아오라고 하는 것도 이상할뿐더러, 비영리단체의 투자금 모집과 인센티브의 상환은 제도적인 제약으로 실행하기도 어렵다. 또한 사업수행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전념해야할 수행기관에게 투자금 모집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SIB 확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3. 다른 역량의 요구

근본적으로 운영기관과 수행기관에게는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이 둘의 정체성을 혼동하면 운영기관과 수행기관의 역할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운영기관으로부터는 사업을 기획하고, 정부와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민간 투자자를 모집하고, 사업수행을 관리하는 등 기획·금융·관리 측면의 역량이 요구된다. 특정한 사회문제 해결능력보다는 종합적인 지식과 경험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수행기관으로부터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실행능력이 요구된다. 사업의 주제와 가장 닿아있는 현장의 활동가이자 문제해결의 주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운영기관과 수행기관 간에는 역할에 기대되는 다른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 둘을 동일한 선상에서 대체하도록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4. 기타

이 외에도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과 정보의 매개체로서 운영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며, 수행기관의 창의적인 사업수행을 위해서도 독립된 운영기관의 존재가 필요하다.

수년 전 캐나다에서 임팩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4명의 응답자 전원이 운영기관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하였다. 운영기관의 존재가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SIB 사업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작성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 지난 강의 보기 ]

2018년 6월호 : 민자사업과 사회성과보상사업
2018년 5월호 : SIB 사업을 통한 정부의 예산절감 원리
2018년 4월호 : SIB 투자손실과 원금의 보장
2018년 3월호 : 사회성과보상사업 추진가능 조건들
2018년 2월호 :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참여자들
2018년 1월호 :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기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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