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6월호]

전문가 인터뷰 : 서울시복지재단 남기철 대표이사

2016년 8월, 서울시복지재단과 팬임팩트코리아는 사회성과보상사업 협력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최근에는 다른 지자체 복지재단 및 현장의 복지기관들도 SIB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빈번한데, 서울시복지재단 남기철 대표이사를 만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SI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남기철 대표이사는 지역사회의 복지 증진을 위해 공공자원과 민간자원의 역할 배분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사회복지 서비스의 효과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방법론으로서 SIB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서울시의 복지 이슈들에 대해 언급하며, 공공성을 증진하기 위한 실험조직으로서 서울시복지재단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차분하게 전달해 주었다.

대학 교수, 시민단체 대표, 그리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민간과 공공 부문을 가로지르며 이론과 실천을 조화시켜 온 남기철 대표이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대표이사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기 바란다.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서울시복지재단에 몸담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연구자이다. 특히, 전공 분야인 노숙인과 주거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다.

과거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사회복지를 가르치는 동시에 참여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등 사회복지 관련 시민단체에 참여하며,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대도시의 지역사회복지 이슈에 대한 연구 경험을 살려 서울시의 복지를 실제로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2년 전부터 서울시복지재단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역할과 주요사업은 무엇인가?

서울시복지재단은 15년 전에 설립되었는데, 그 즈음부터 주요 사회복지사업들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되는 변화가 있었다. 지자체별로 일정한 예산 내에서 사회복지사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지방자치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감당하기는 어려웠고,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시의 고유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인큐베이팅, 시범사업 운영, 평가/인증, 연구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와 관련된 융합적이고 선도적인 사업들도 하고 있다. 한 예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복지상담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금융과 자립지원 상담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복지기관 중 어느 한 쪽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융합적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업이다. 그래서 서울시복지재단에서 금융복지상담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1조원 이상의 채무탕감 실적을 쌓으며 취약계층의 자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궁금하다. 서울시의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역복지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공공재원의 절대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민간위탁이 증가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품질관리가 어려워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시설을 늘리거나 평가/인증제도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의 예를 들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이 타지자체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높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주간보호센터를 대상으로 데이케어센터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데이케어센터 인증을 받지 않으면 이용자를 모집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간보호센터의 품질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복지 증진을 위해 공공재원의 절대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하지만 복지 예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 자원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사회성과보상사업 역시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사업인데, 서울시복지재단에서 SIB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 민간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정부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을 확장시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민간 기부금 조달이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SIB를 포함해 민간자원을 연계하는 방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면, 공공자원의 투입이 증가되어야 함과 동시에 민간자원은 선도성, 융통성 있는 사업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는 공공자원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민간자원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민간자원을 확보해 새로운 시범사업을 시도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실제 사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로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가 자체적으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즉, 사업의 성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민간자원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SIB는 사회적 성과에 대한 제3자의 객관적인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평가 결과의 신뢰성에 대해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SIB가 선도성, 융통성 있는 사업에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최적의 도구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2년 전 팬임팩트코리아와 사회성과보상사업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내외부의 사정으로 본격적인 SIB 도입은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지역복지 공공성 증진을 위해 서울시의 복지 총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했고, 서울시 출연기관이 가진 회계 및 행정 시스템의 제약으로 SIB를 즉시 도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복지재단은 다년도 예산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 SIB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행 예산 집행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SIB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만들고 경험하면서, 공공성을 증진하기 위한 실험조직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서울시복지재단은 공공기관으로서 지방정부인 서울시를 대신하여 복지 분야의 성과보상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 조례에는 서울시만 성과보상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앞으로 서울시복지재단의 SIB 참여를 위해 어떠한 제도적, 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조례 뿐만 아니라 서울시복지재단 정관의 변경도 필요하다. 정관에 명시된 사업을 열거주의로 해석하기 때문에, 사회성과보상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관에 새로 사업을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SIB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존에는 복지시설들을 중심으로 복지대상자들을 보살펴 왔는데, 이번 정부는 탈시설화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 변화에 따라 지난 5년 간 서울 지역 장애인 600명이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와 거주하게 되었고, 이제는 더 많은 수의 인원에 대해 본격적인 탈시설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복지대상자들이 시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보살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정책 변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복지 서비스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복지 예산의 흐름도 시설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지역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이를 위해 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단년도 예산제도 등 행정적 제약사항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연간 5~6천억 원을 모금하고 집행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도 역시 이런 경직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회성과보상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탈시설화 정책에 따라 지역사회복지 서비스가 강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곧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분야에도 SIB 도입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사회복지 이슈 중에서 SIB에 적합한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지원주택(supportive housing) 프로그램이 사회성과보상사업에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탈시설화 정책 변화에 따라, 공간만 제공하는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에서 공간과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지원주택으로 주거지원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중에서 자립 가능성이 높은 대상에게 우선 제공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질환을 가진 노숙인과 같이 더욱 도움이 필요한 복지대상자는 입주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탈시설화 정책에 발맞추어 우리 사회가 보다 취약한 복지대상자들을 지역사회 내에서 포용하기 위해서는 지원주택과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노숙인 문제와 관련하여 격언처럼 여겨지는 말이 있다. “신규 노숙인 증가는 공공주택의 부족 때문이고, 만성 노숙인 증가는 지원주택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성 노숙인 증가와 같은 사회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지원주택이 필요한데, 지원주택의 복지 서비스에 SIB를 적용하면 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복지 예산은 사회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시혜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어떤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면 다시 없애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전반적인 사회복지의 보수성과 경직성으로 이어진다.

SIB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개방성과 융통성을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서울시복지재단도 사회성과보상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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