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단법인 피피엘 김동호 이사장 – Pan-Impac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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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Impact Bond Magazine

인터뷰 : 사단법인 피피엘 김동호 이사장

[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4월호]

 

SIB 투자자 인터뷰 : 사단법인 피피엘 김동호 이사장

높은뜻 숭의교회 담임목사와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를 역임한 김동호 목사는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목회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피피엘(이하 “피피엘”)의 이사장으로서 사회적취약계층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피피엘이 국내 및 아시아 최초의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이하 “SIB”) 사업인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주요 투자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피피엘은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에 10억원을 투자했는데,  SIB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해 서울 성동구에 있는 피피엘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피피엘의 이사장으로서 김동호 목사의 임팩트투자에 대한 생각과 철학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시종일관 짧지만 명쾌한 답변으로 듣는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김동호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김동호 목사님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목사님께서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주요 투자자인 사단법인 피피엘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은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피피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단체를 설립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교회를 은퇴하면서 사단법인 피피엘을 설립하게 되었다.  보통은 목사가 은퇴할 때,  후임자에게 교회를 맡기고 자신은 기도원이나 재단 등을 맡곤 하는데, 난 교회와 관련된 일에서 손을 뗐다.  높은뜻교회에서 운영하는 열매나눔재단이나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의 직책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버님과 어머님이 유산으로 남겨주신 집을 팔아 피피엘을 설립했다.  열매나눔과 비슷한 단체인데,  가난했던 부모님이 고생해서 남겨주신 재산을 사회의 소중한 곳에 쓰고 싶어 만들었다.

피피엘의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100사장 프로젝트”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의 자립의 통로로 창업을 지원해 100명의 사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긴급구호나 자선사업을 하는 곳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지속적인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자선적 성격의 사업들도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다른 NGO들도 사회취약계층의 자립과 자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피엘은 사회적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투자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팩트투자자로서 사회성과보상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흔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회와 기업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난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성경에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손으로 수고하고 정직한 대가를 얻는 것이 복이다.  손이 수고하지 않으면 먹으면 안 되고,  손이 수고했는데 못 먹어도 안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  탈북자들 모두 수고한 대로 먹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재단이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자금,  공적 자금이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중 SIB를 알게 되었고,  SIB의 돈에 대한 책임이 마음에 들었다.  SIB 사업의 투자자는 단순한 후원자로서 기부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돈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예를 들어, 만약 사업이 성공하면 10억원을 투자하고 성과보상금을 포함해 13억원으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는 말과 같이,  투자자 역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SIB의 사업구조와 기본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비즈니스 구조를 통해 돈이 죽지 않고 살아서 회전하며 커질 수 있다. 목사들은 대개 돈이 헤프기 마련인데,  사업가는 어떻게든지 돈을 살리려고 애쓴다.  비유하자면, 목사는 1,000원을 100원처럼 쓰고,  사업가는 100원을 1,000원처럼 쓴다.  이런 사업가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정부와 NGO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좋은 일에 쓰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좋은 일에 쓰는 돈을 더욱 잘 쓰면 사회에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B 사업의 특성상 원금 손실의 위험이 존재하고, 특히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은 국내 최초의 사례라서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업의 실패가 두렵지는 않았는가?

아프리카 동물들이 강을 건널 때, 한 마리가 건너면 모두 따라 건넌다. SIB도 누군가는 첫 발을 떼야 한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도 SIB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의 성공과 실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호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SIB 모델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주무관청인 서울시는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SIB는 공공자금을 낭비하지 않는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재원의 선순환을 통해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의 자선사업과는 차별화된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장점이기도 한데, 혹시 앞으로 우리가 더욱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일까?

청년 실업이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에 수십조를 투자했지만,  투자한 금액에 비해 효과는 미흡하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기를 꺾으면 안 된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탈북자 수가 7천명을 넘을 즈음에 열매나눔재단을 설립했는데,  ‘탈북자 7천명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통일하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平和)’는  ‘공평할 평(平)’,  ‘벼 화(禾)’에  ‘입 구(口)’를 합성한 말인데,  모든 사람의 입에 곡식을 공평하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평화를 이룰 수도 있다.
 
 

언급한 내용 모두 매우 중요한 이슈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피피엘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의 성과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먼저 직원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부분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된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1년에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투자자에 대한 신뢰도 필요하다.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동물이고,  투자자 역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10개를 벌어 10개를 다 주지 않고, 5개만 준다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10개를 벌어 5개는 주고, 나머지 5개는 좋은 일에 쓴다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이런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탈북자, 노숙자 등 사업대상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과거 열매나눔재단에서 탈북자를 위한 공장을 세울 때의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의 정직성을 우려하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난 그러면 망한다고 생각했다.  사람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직해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던 우리와 달리,  그렇지 못한 세상에서 살았던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정직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믿는 것은 진짜 믿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던 사람을 누군가가 진짜로 믿어주었을 때,  그 사람은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이제는 결실을 맺고 있다.  우리 사업에 참여했던 탈북자,  노숙자들은 한결같이 “믿어 준 사람은 못 속이겠다.”고 말한다.  또한,  공장을 떠난 지 6년이 지난 박스공장 1호 직원은 현재 우리 단체의 후원자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믿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데,  어떻게 사람에 대한 그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는가?

하나님 덕분이다.  사람은 “made by 하나님”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때가 묻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셨기 때문에 본질은 신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사업대상자들 역시 소중한 하나님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섬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성과보상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요한 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은 힘이 없다.  착한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명분이 중요하고,  실력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꼴찌에게 돈을 맡기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  내 돈을 맡길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계속 힘과 성과를 쌓아 나가야 한다.  좋은 일을 하면서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명분과 실력이 함께 필요하다.

 
작성 : 강현일
팬임팩트코리아 /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