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8년 1월호]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제도화
 

첫 시도의 실패

필자가 처음 서울시에 SIB를 제안했던 때는 2011년도였다. 당시 서울시의 일부 정책 결정자들도 SIB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첩첩 쌓여있는 시정과제에 SIB는 제대로 논의될 기회를 얻지 못하였고, 시간이 지나 2013년도가 되어 구체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하였다.

2013년에는 SIB를 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지 알지 못한 채, 이를 현행법 하에서 성사시켜보려고 서울시의 공무원들을 접촉하면서 설득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모든 설득은 실패로 끝났다. 대부분의 담당자가 SIB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시행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부 예산은 단년도(單年度) 예산체계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이듬해의 예산을 전년도 하반기에 확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SIB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업 개시 후 복수의 회계연도가 지난 후에 정부가 성과보상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개념이 관료들에게는 생소하고 적용이 어려운 점이었기에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SIB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조례의 제정

이후 2013년 12월, 서울시의회 박운기 시의원을 만나 SIB와 조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침 의원실에 동석했던 청소년 문제 전문가와 시의원의 적극적인 공감으로 SIB 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박운기 시의원은 필자에게 조례 제정 TF 구성을 요청하였고, 2014년 1월에 TF 구성을 완료하였다. 그 때 TF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서울시의원 및 전문위원, 서울시 기획조정실 및 경제진흥실 실무자, 자본시장연구원 실장, 그리고 본인이었다.

이로써 시의회, 시청, 외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인 논의의 자리가 마련되어 맨바닥부터 SIB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들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조례의 초안을 작성하였고, 금융과 법, 행정에 전문성을 지닌 TF 멤버들이 이를 검토하였으며,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시의회에 상정되었다. 비록 완벽한 조례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SIB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시도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2014년 3월 서울시의회에서 의결이 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SIB 정책을 제도화한 모범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아시아 최초의 SIB 사업
 

 
사업의 의미

SIB를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이후 서울시에서 추진 가능한 첫 사업을 기획하고 제안하였으며, 한 차례 부결 후 우여곡절 끝에 2015년 4월에 우리나라(아시아) 최초의 SIB 사업인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시설 사회성과보상사업’이 시의회를 통과하였다.

이 사업은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학습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계획되었으며, 이러한 주제를 택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아동복지시설에는 환경적 요인으로 정서 문제,  학습능력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이 많으며,  경계선지능 아동의 비율도 높다.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의 경우 시설을 나온 후 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일반 아동의 15배가 넘는다.  이는 성장환경과 학습능력이 사회적 자립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계선지능 아동의 경우 방치되었을 때 지적장애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아동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진다.

경계선지능아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단지 장애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가에서는 비틀거리는 국민을 지켜보고 있다가 쓰러지고 나면(지적장애가 되고 나면) 그때부터 일생에 걸쳐 막대한 사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복지시설 내 경계선지능 아동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면 대상 아동들이 수급자가 되거나 지적장애가 되는 등의 문제를 예방하게 되어 커다란 예방정책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사업의 구조

국내 제1호 SIB 사업의 운영기관은 팬임팩트코리아(Pan-Impact Korea)가 맡았고, 팬임팩트코리아는 서울시와 협약 체결 후 6개월 이내에 11.1억 원의 민간 투자금 모집을 완료하였다. 새로운 사회투자 매개체에 선도적으로 진입한 투자자들은 사단법인 피피엘(People and Peace Link),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유비에스증권(UBS Securities)이었다. 팬임팩트코리아는 공모를 통해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하였고, 서울시는 평가기관으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선정하였다.

투자자 중 사단법인 피피엘은 큰 금액으로 사업에 기여하였으나 목적사업으로 자금을 지출하고, 사업이 성공할 경우 상환된 자금을 법인 계좌로 이체 받지 않고 다른 공익사업을 위해 재투자 할 것을 약정하였다. 마찬가지로 다른 투자자들도 공익사업에 재투자 할 것을 표명하여 서울시 SIB의 투자자들이 공익적 목적의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1호 SIB 사업 운영구조>

 

 
 

<제1호 SIB 사업 참여기관>

구   분 기 관 명 기관 소개
운영기관 팬임팩트코리아

▷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의 기획/운영/자문을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전문기관

▷ 정부와 민간에 SIB 및 임팩트투자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고,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의 사무국을 맡고 있음

투 자 자 사단법인 피피엘

▷ ‘People and Peace Link’의 약자로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의미

▷ ‘열매나눔재단’ 설립자와 전문인력들이 사회적기업가 육성, 후원 플랫폼 운영,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 등을 위해 2014년 설립한 법인

엠와이소셜컴퍼니

▷ ‘Merry Year Social Company’로서 약어로는 ‘미스크(MYSC)’

▷ 사회적기업의 투자 및 육성, 국제개발협력사업 기획, 임팩트투자 컨설팅 등을 하는 사회혁신 기업

유비에스증권
서울지점

▷ 스위스 연방은행(Union Bank of Switzerland)으로서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글로벌 금융기업

▷ UBS그룹 증권사의 서울지점에서 SIB 투자 참여

수행기관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 올바른 교육·문화 환경을 조성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1991년 설립된 공익법인

▷ 교육활동지원, 사회활동지원, 문화예술활동지원, 장학사업 등을 주요업무로 함

▷ ‘대교문화재단’은 컨소시엄 대표기관으로 주요 사업수행 담당, ‘㈜대교’는 사업자문 및 인프라 지원 등 참여

평가기관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가 주관하여 서울시 아동복지시설 아동교육 SIB 사업의 성과 측정을 담당

 
 

<제1호 SIB 사업 개요>

구    분 내    용
수 혜 집 단

– 서울시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 100여명

– 경계선지능은 지능지수 71~84 사이로서 ‘느린학습자’로도 알려짐

–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경증지적장애 아동도 포함됨

사 회 문 제

– 경계선지능 아동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수급자가 되는 비율은 약 30%로서 이는 일반아동의 15배를 초과하는 수치임

– 또한 경계선지능 아동을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지능이 더욱 하락하여 지적장애가 되는 경향이 있음

– 해당 아동들은 학습부진과 부적응을 겪고 있음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여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음

목             표 대상아동의 지능과 사회성 향상
성과보상자 서울특별시
운 영 기 관 팬임팩트코리아(Pan-Impact Korea)
민간투자자

– 사단법인 피피엘(People & Peace Link)

– 엠와이소셜컴퍼니(Merry Year Social Company)

– UBS증권 서울지점(UBS Securities Seoul Branch)

사업 수행기관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평 가 기 관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사 업 기 간 3년
투 자 개 요
투  자  금 10.7억 원
최대 성과 보상금 투자원금 + 약 25% 인센티브
최대 성과기준 대상아동 중 42% 성공
원금 상환기준 대상아동 중 33% 성공

 

진행현황 및 전망

현재 수행기관인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에 의해 사업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대교는 SIB 사업 수행을 위해 1:1 교육을 담당하는 멘토들을 다수 채용하여 아동교육으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경계선지능 아동들을 위해 활용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2016년 8월, 수행기관에 의한 사업이 개시되었으므로, 3년 후인 2019년 8월에 사업이 종료되고, 이후 평가기관에 의한 성과측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복지시설에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참여기관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되어 사업 대상자가 아님에도 프로그램에 넣어달라고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시설을 나오는 경우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한다.

첫 사례를 만들기 위한 걸음은 더디고, 험난했지만 이러한 시도를 계기로 SIB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후 경기도에서도 SIB를 위한 조례를 만들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자체들의 협의체인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도 발족되었다. 중앙부처 중에서는 행정안전부에서 SIB에 큰 관심을 갖고 지방정부의 SIB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아시아의 첫 SIB 사례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문의가 오고 있으며, 여기에는 유네스코, 브루킹스연구소 같은 알려진 기관 외에도 SIB에 관심이 있는 중국과 일본의 기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정책과 사회의 변화들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로서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신호일 것이다.

 

<참고 사이트>

SIB 글 모음 : http://projustice.kr/sib

팬임팩트코리아 홈페이지: https://panimpact.kr

 

작성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Categories: SIB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