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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Impact Bond Magazine

SIB 이야기 9 : 전염병과 SIB

[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20년 5·6월호]

 

무서운 질병

아프리카에는 수면병이라는 질병이 있다. 수면병은 원생동물 감염에 의해 유발되는 병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체체파리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흡혈곤충인 체체파리에 물리게 되면 잠복기 이후 발열, 중추신경계 증상, 졸음 등의 문제를 겪다가 결국은 사망하게 된다. 오랜 세월 해결되지 않은 토착병인데다가 한창 확산될 때는 매년 수십만 명씩 사망했다고 하니 그 지역에서는 최근 팬데믹을 불러온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보다 더 무서운 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면병을 설명한 이유는 영국 정부가 아프리카 지역의 수면병 감소를 위해 SIB 방식을 도입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행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사업에 적용한 SIB로서 ‘개발성과연계채권(Development Impact Bond; DIB)’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흥미로운 점은 SIB 방식은 예방적 조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사업에서도 그러한 특징을 보인다는 점이다. 수면병은 소와 같은 가축이 전염원이 되고 체체파리가 중간숙주가 되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예 가축이 숙주가 되지 않도록 소의 유병률을 감소시키고 중간숙주 박멸도 병행하는 통제 가능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제적 제안

영국과 G8 국가들의 주도로 설립된 ‘국제임팩트투자추진단(Global Steering Group for Impact Investment)’에서는 최근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임팩트투자의 정책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네 가지의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회성과보상 방식의 촉진이다. 이 방식의 확산을 촉구한 이유는 적절한 개입이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사후적인 조치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앞에 설명한 수면병 DIB 외에도 에이즈 같은 전염병 예방에 SIB를 도입한 해외사례가 있으며, 고혈압, 당뇨병, 정신질환과 같은 비전염성 질환 예방에도 SIB를 활용하였다. 이와 같이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거나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는 일에 SIB가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성과가 도출되었을 때에만 예산을 지급하면 되니 막대한 비용의 사후 조치보다 훨씬 적은 비용만 부담하게 됨은 물론이다.

 

사후 수습 VS 사전 예방

최근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지출만 해도 미국은 수천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 실행되었고, 다른 국가들도 수백조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였다. 정부의 재정소모, 세계적인 경기 침체, 수많은 생명의 손실 등을 모두 고려하면 수천조가 아니라 경단위의 손실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 하나를 막지 못해 전 세계가 상상할 수 없는 사회비용을 감당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는 예방이 가능했던 인재이다. 애초에 인간 집단에 존재하지 않던 바이러스를 유입시키지 않을 수 있었고, 발원 초기에 리원량 같은 의사의 경고를 묵살하지 않고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도 있었다. 사실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것도 아쉽지만 뒤늦은 예방조치라고 할 수 있다.

‘되로 막으려다 말로 갚는다’는 속담처럼 경제활동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까봐 방치하고 외면하다가 전 세계적인 위기를 초래한 이 사태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예방보다 나은 대응은 없다는 것이다. 예방의 중요성을 알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천문학적인 사후 수습비용과 비교할 수 없는 작은 비용으로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싸고 유능한 선수

아무리 소방기술이 발전해도 불조심이 최선이고, 아무리 과학수사가 발전해도 범죄예방이 최선이며, 아무리 의술이 발전해도 질병의 예방이 최선이다. 수습보다 예방이 더 나은 조치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든 예방만 할 수 있다면 사후대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이익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명심불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하게도 예방을 위한 기획이나 사전 활동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예방은 조용히 실행되고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슈 만들기를 선호하는 위정자로부터는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실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활동하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지만, 이들이 활약할수록 우리 삶은 더욱 평화로워진다.

적절한 개입을 통해 더 큰 사회비용의 발생을 막는 것이 예방적 조치의 핵심이다. SIB는 사후적 수습에 무조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적 사업의 성과를 확인한 후 재정을 지출하는 수단이다. 팀이 우승했을 경우에만 연봉을 받겠다고 하는 유능한 야구선수가 있다면 입단시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미 많은 투수(사회문제)를 상대로 꽤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SIB라는 이름의 선수는 가끔씩 대타로 쓰는 벤치 위의 후보가 아니라 정부가 상시로 투입하는 주전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성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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