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ling toward
sustainable future

Social Impact Bond Magazine

SIB 이야기 5 : SIB가 필요한 이유

[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9년 9·10월호]

 

정부는 공공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며, 그 예산의 원천은 국민의 세금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부는 공공사업의 결과와 무관하게,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관계없이 사업 수행비용에 우리의 세금을 사용해왔다. 이와 같은 예산집행 체계는 실패한 사업에도 늘 재정이 소모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납세자인 국민이 사업 결과에 대한 리스크를 지도록 만든다.

또한 급증하는 공공사업 수요는 지속적인 정부 예산부족 문제를 겪게 만든다. 정부 재정 부족을 증세와 연결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실상 증세의 수준과 관계없이 정부는 주어진 예산제약선 내에서 최대한 효과적·효율적으로 예산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는 비단 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공익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는 민간의 재단법인, 또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 사업과 사회공헌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그들도 주어진 예산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가용재원에 제약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것은 공공을 위해 투입한 재원으로 처음 의도한 성과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성과 측정이 수반되지 않거나, 성과 측정이 형식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데에 원인이 있다.

정부든 민간이든 예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업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목적 달성에 집중하고 성과를 확인해야 함에도 어느덧 우리는 결과와 무관하게 돈을 쓰는 과정에만 집중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병원에 가는 이유는 병을 고치기 위해서이고, 학교에 가는 이유는 지식을 함양하기 위해서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학교에 출석하는 것은 목적을 위한 과정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만약 입원을 해도 병을 전혀 못 고치는 병원이나, 출석을 해도 배울 것이 전혀 없는 학교라면 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우리는 예산을 쓸 때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인 성과 달성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다. 당초 사업을 하는 목적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성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영수증 처리와 행정서류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가지고 판단을 한다. 마치 병원과 학교의 출입 여부만으로 건강과 지식의 수준을 판단하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혁신적인 사업을 시도하는 데에도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명확한 성과 확인이 없는 현실에서는 절차와 표면적인 결과만 신경 쓰면 되지 굳이 (실제 성과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새로운 것을 시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과를 측정한다고 해도 혁신을 수용한 정책 결정자가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만든다면 실패의 가능성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극적이고 복지부동하는 사람은 생존하고, 어렵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은 커다란 위험을 지게 되는 역선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방치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할 기회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증가하는 사회문제 개선의 필요성과 요구에 대응하여 효과적으로 과업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제약사항들로 인해 충분하고도 올바른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이다. 그리고 이미 SIB는 아이디어 차원의 담론을 넘어서 세계 많은 국가들이 도입을 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양상으로 많은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SIB의 방법론을 활용한 파생적인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국제기구에서도 SIB를 연구하고 이를 여러 국가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도 선도적으로 SIB를 도입하여 조금씩 확산해가고 있으며, 표면적이고 단기적인 산출물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행정과 공공사업을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으로 전환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결국 SIB는 유용하고 필요한 수단이지만, 혁신적이면서 다소 생소한 운영원리를 가지고 있기에 이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좋은 수단을 활용할 수도 없고, 올바로 적용하지도 못하며, 때때로 불필요한 오해마저 하게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해서 놓치고 있는 정책의 혁신, 지속가능한 투자, 사회문제의 해결, 패러다임의 전환, 더 나은 삶의 기회들을 올바른 지식 위에서 붙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성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 지난 글 보기 ]

2019년 7·8월호 : SIB에 대한 오해들
2019년 5·6월호 : 블록체인으로 SIB 만들기
2019년 3·4월호 : 우리는 SIB를 만들 수 있었을까?
2019년 1·2월호 : SIB에 대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