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본드 매거진 2019년 1·2월호]

이번 소셜임팩트본드(SIB) 매거진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혁신사업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민준기 개발재원전문관을 인터뷰하였다. KOICA는 임팩트투자 기법을 활용한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개발협력에 혁신적 금융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민준기 전문관은 KOICA 입사 전, 현재 팬임팩트코리아 관계자들과 SIB 사업을 함께 기획하기도 하였으며,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운영을 통해 사회적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전문가이기도 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의 임팩트투자 이야기와 더불어 SIB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민준기 전문관님에 대한 소개와 현재 KOICA에서 담당하고 계신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기를 바란다.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혁신사업실의 개발재원전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개발재원전문관은 한국국제협력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위한 금융투자에 회계적 관점에 따른 심사기법과 운영원리를 도입하여 ODA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KOICA에서 우리나라 기업 또는 개발도상국 기업이 개발도상국 내에서 추진하는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KOICA의 혁신적기술프로그램(CTS) 사업에 임팩트투자를 도입하고, 민간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국제협력단 입사 전에는 현재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 이영옥 팀장과 함께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을 준비하는 일을 했었다.

 

말씀하신대로 과거에 서울시 SIB 도입을 처음으로 추진할 때 함께 일을 했던 실무자로 알고 있다.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고 SIB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해 주시기 바란다.

KOICA 입사 전에 함께 SIB를 준비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우리나라에 SIB 사업이 성공적으로 개시되고,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함께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된 점에 대해 안도의 감정을 느꼈다. 서울시 SIB 추진 여부가 확정되었을 때는 비록 함께 있지는 않았지만 벅찬 감정을 느꼈다. SIB는 처음부터 끝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다. 무의 상태에서 새로 기획을 하고 검토를 하고 회의를 하고 수정하는 그런 과정 자체도 도전이 되었다.

 

당시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처음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SIB 주제를 선정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우리 팀은 다양한 주제들을 검토하며 그 중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것을 발굴하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그 과정에서 설득을 이끌어 내어야 하는 청자 입장에서 지속적인 의문이 드는 사업보다는 누가 들어도 이성과 감성으로 필요성을 느끼는 사업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팀이 발굴한 사업 주제는 서울시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들을 돕는 사업이었다. 많은 이해관계자 분들이 아동들 중에서도 사회적인 지원이 없는 취약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에 많은 공감을 해주었다.

다음으로 SIB는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했던 업무 중 가장 높은 협상과 설득역량이 필요했던 것 같다. 서울시 및 수혜집단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서 설명을 해야 했으며, 기존 예산 제도 한계 극복을 위해 지자체 조례까지 준비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곽제훈 대표님이 시의회 설득 등으로 고생을 많이 했고 사업이 한 차례 부결되기도 했지만 그러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해서 국내 최초의 SIB가 시작되었다. 그러한 과정에 대해 두 분(곽제훈 대표, 이영옥 팀장)께도 감사하고, 나의 경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웃음)

 

SIB를 국제개발협력사업에 적용한 개발성과연계채권(DIB; Development Impact Bond)에 대해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실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DIB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신지,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SIB든 DIB든 핵심적인 구조는 결국 계량적인 성과평가를 실행하고 결과에 따라 예산집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DIB도 국민의 세금으로 실행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적합한 주제와 결합이 되면 기존의 예산집행 시스템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DIB에 대해 언급이 되었다고 KOICA 보건전문관으로부터 전해 듣기도 하였고, 지금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도 DIB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SIB나 DIB는 현재 단연도 예산체계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무엇보다 예산 집행률로 평가받은 공공기관에 적용하기에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KOICA와 같은 기관이 DIB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제도 도입이 선행되고 탑다운 방식으로 정책과 인력이 보완되어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개발협력사업에 임팩트투자가 접목되어 발전하는 것에 대한 의견과 전망을 말씀해 주시기를 바란다.

KOICA의 경우는 실제로 임팩트투자를 실행하여 투자자산을 재무제표에 계상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KOICA 사업 중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 활성화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 임팩트투자 수단을 접목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기업이 한국과 같은 OECD 국가의 투자금을 유치하게 되면 후속 투자를 유치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개발도상국 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해당 개발도상국 기업들에게 한국 임팩트투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KOICA는 혁신적기술프로그램(CTS) 파트너인 국내 스타트업들이 국내외 임팩트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CTS 파트너사가 투자금을 통해 규모를 늘리고, KOICA로부터 예산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향후에도 기업을 지원하거나 기업이 수행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ODA 사업의 경우 임팩트투자 수단이 접목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부연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시기 바란다.

무엇보다 SIB가 더욱 확장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임팩트투자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이 시장에 우수한 인력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 임팩트투자 기업들이 일반적인 영리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좋은 인력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임팩트투자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외부에서 이 시장을 바라보면 마치 흥미로운 일만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회사에서 필요한 일반적인 업무들을 똑같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분들은 이 분야에 들어오실 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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